성도(成都)에 도착해 가장 먼저 찾고 싶은 관광 명소가 촉(蜀) 나라 역사를 재현한 '금리(錦里)' 옛 거리였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우리 일행은 현지인의 추천으로 성도에서 가장 정통적인 훠궈 (火鍋·샤브샤브) 맛집 '촉대협(蜀大俠)'을 먼저 찾았다. 촉 나라 협객이란 이름에서 벌써 정통의 맛에 대한 자부심과 역사의 기운이 느껴진다.
목조로 된 고대 풍격의 웅장한 외관에서 맛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간다.
겨우 다섯 시를 넘은 시간에도 식당 3층까지 손님들로 거의 찼다. 식탁과 의자도 매우 고풍스럽고 가운데 정자를 꾸민 것이 인상적이었다.
성도와 중경(重慶) 사람들은 훠궈 맛에 대해 자기네가 원조라고 서로 우긴다. 비교해 보면 결국 얼얼하고 매운 정도의 차이인데 중경의 훠궈가 눈물 날 정도로 얼얼하고 후련하다면 성도 훠궈는 매운 맛 속에 특유의 향긋함이 있다. 먹는 사람의 입맛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덜 매운' 맛의 육수였지만 보는 것만으로 머리칼이 쭈뼛 설 정도의 많은 고추와 마두(麻豆:얼얼한 맛을 내는 조미료)로 범벅이 됐다. 처음에는 혀가 마비될 정도로 얼큰하다가 먹다 보니 마비가 풀리면서 향긋함이 더해지고 중독성이 묘하게 느껴진다. 며칠간의 피곤과 스트레스를 단숨에 날리는 기분이다.
머리까지 땀을 쫙 빼고 맛집을 나서니 무더운 날씨에도 밖에는 아직도 대기하는 식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역시나 성도인들의 훠궈 사랑은 유별난 것 같다.
차로 오분 거리를 이동하니 삼국 역사의 숨결이 살아 있는 금리 옛 거리에 도착했다.
코로나가 진정됐음에도 입구에서 마스크 착용과 건강 앱 체크는 필수다. 멀리서부터 야간 조명과 빨간 등롱이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이 옛 거리에 운치를 더해준다.
금리는 삼국(三國)시대 촉한(蜀漢) 승상 제갈량의 사당인 무후사(武侯祠) 박물관의 한 부분으로, 전장 550미터밖에 안 되는 거리에 역사를 재현하고 성도인 특유의 생활상을 담았다.
금리는 일찍 서촉(西蜀) 역사에서 가장 오래고 상업 분위기가 가장 짙은 거리로 진한(秦汉)과 삼국(三國)시기에 이르러 이미 전국에 유명했다.
오늘날의 금리는 삼국 시기의 문화와 정신을 바탕으로 사천(四川) 서부 지역의 전통과 민속을 널리 알리는 관광 명소가 됐다. 거리에는 찻집, 여관, 맛집, 연극 무대, 공예품, 특산물 등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차문화는 촉한 문화의 한 부분이다. 성도 사람들은 차를 즐겨 마셔 금리에도 곳곳에 찻집이 있다.
중국 전통의 한복(汉服)을 차려 입은 점원들이 다도를 시연하면서 지나가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끈다.
금리를 걷다 보면 타임머신을 타고 고대로 돌아간 듯 강한 한풍이 느껴진다. 찻집뿐만 아니라 거리 도처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현지인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고 한복 가게에도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기지 않는다.
‘서촉의 제일(第一) 거리’로 불렸던 금리는 2004년부터 대외에 개방되면서 성도를 세계에 알리는 문화 아이콘이 됐고 2006년 중국문화부로부터 ‘국가문화산업 시범기지’로 선정됐다.
출처 중국국제방송 (글/사진: 성도 취재팀)